사람들이 닌텐도 게임 동물의 숲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
2017년을 뜨겁게 달군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고(Poketmon Go)’로 대박을 터뜨렸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금번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의 출시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대박났어요 동물의 숲’으로 불리고 있는 해당 게임의 인기 덕에 닌텐도는 9년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닌텐도의 영업이익은 총 41%나 늘어 4조원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여파로 ‘집콕족’이 대다수인 시기에 출시되며 인기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추가로 ‘동물의 숲’을 실행할 수 있는 휴대용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까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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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숲’ 시리즈는 주인공이 숲속 마을에서 집과 주변을 꾸미고, 동물 이웃주민들과 소통하며, 종종 다른 플레이어들과 교류하며 농사·낚시 등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물의 숲 게임의 가장 큰 특성은 가상 마을에 집을 짓고 여러 동물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적 소통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동물의 숲은 커뮤니케이션(23.2%), 게임 경험담 공유(19.5%), 정보제공 (19.2%), 문의(11.5%), 거래활동(물물교환 9.2%, 사고팔기 0.8%), 재산증식 활동(11.4%), 창작활동(창작물 홍보 및 공유 3.8%), 스페셜 캐릭터와 스페셜 아이템 얻기(1.4%)로 구성된다.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2D),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3D)을 거쳐 현재 모여봐요 동물의 숲(업그레이드 3D)차례로 출시되었고,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판매량이 폭발하는 기회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이 ‘동물의 숲 시리즈’는 어떻게 꾸준한 인기를 끄는 엔터테인먼트 게임이 되었을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나 또한 머리를 식히고 싶은 시간에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고 있고, 닌텐도 스위치를 사기 전엔 닌텐도DS로 첫번째 시리즈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을 즐겼다. 문득, 2005년부터 현재까지 놀러오세요 동물의 숲 게임의 매력에 빠져든 이유가 무엇인지 깊게 분석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은 나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닌, 여럿이 함께 했을 때 완성되는 게임이다. 친구의 기기를 통해 그 마을에 놀러가면, 새로운 과일을 채집할 수 있고, 특별한 동물이웃들을 만날 수도 있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강제력이 없는 조건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동물의 숲을 써보도록 충분한 전파력을 발휘한 좋은 기획이었다.(우리는 이것을 게임계의 ‘지인 영업’이라고 부른다.) 귀하게 얻은 옆 마을의 과일은 가격도 훨씬 비싸고, 마을에 사는 동물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그 동물 이웃과의 친밀도가 급격히 증가하여 나에게 무척 고마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같은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지루함이 생기기 마련인데, 동물의 숲은 행위에 반응하는 다양한 연출을 마련해 두어 게임을 할 수록 기대감을 심어준다.
둘째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인기비결인 것 같다. 동물의 숲 게임 안에서는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담없이 언제 어느 때라도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아무 불이익이 없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제공한다. 특히, 동물의 숲 시리즈에는 게임의 최종목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답답한 방식이겠지만, 게임속에서도 꼭 무엇인가 성취해야 하고, 누군가와 점수/레벨을 경쟁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는 것이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오히려 다양한 놀거리와 마을 가꾸기를 통해 협력과 공유를 배우는 게임이다. 불필요한 경쟁요소가 없다 보니 그만큼 스트레스 역시 덜하고, 어느덧 현실에서의 피로감이 없어진다. 사회적 트렌드인 유유자적한 삶(slow life), 귀농 등의 예능 프로그램(삼시세끼)이 번아웃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대리만족과 치유를 주듯이 동물의 숲 또한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항상 경쟁하며 눈치보고 참는 것이 다반사인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아무렇게나 자유의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는 삶. 그것을 동물의 숲 게임 내에서 나마 맘껏 누리는 것이다. 동물의 숲에서는 집 증축을 위한 주택 담보 채무상환의 의무조차도 현실과는 달리 즐거운 노동으로 생각하며 조개를 주워 팔아 대출금을 갚는다. 오늘도 닌텐도 게임기 화면 속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힐링 삼아 하루를 마무리한다.